생산적 글쓰기

두 번째 계단 preview

담배’ 

불도 들어오지 않는 오래된 간판 아래로 이 나간 플라스틱 의자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누구도 애써 찾아오지 않고, 모퉁이마다 골목과 함께 늙어버린 이들이 시간을 태운다. 손님이 없으니 모여 앉으면 금세 옛 추억에 젖고는 하는 것이다. 담배를 태우는 손이 세월에 쭈글쭈글하다.

예전엔 붉은 골목이었던 거리. 술을 팔고, 커피를 팔고, 웃음을 파는 옆에서 옷을 빨고, 담배 심부름을 하고, 해장국을 끓이며 생계를 연명해왔다. 역을 중심으로 여관이 생기고, 그 여관을 둘러싸듯 주점이 하나둘 늘어나며, 거리는 빠르게 홍등가로 물들었다. 오가는 사람들의 수만큼 다양한 형태로 터를 잡는 이들도 늘어갔으나 역이 이전하며 버려진 거리. 아직 낡은 골목들 사이로 낡은 인생들이 모여 추억을 팔고 있다.

담배 좀 고만 태우소. 날도 더운데 매캐해가 목도 따갑다.”

더위를 피해 플라스틱 의자를 그늘로 당겨 앉은 정 씨 할머니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한다. 정 씨 할머니의 마른기침 소리가 담배를 태우던 김 씨 할머니의 외침에 묻힌다.

에헤이! 팔리도 안 하는데 내라도 피야지!”

, 골로 갈끼다 골로 가.”

자칫 다툼처럼 들리는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옥자가 후훗 웃으며 끼어든다.

뭐 골로 갈라고~ 나는 열일곱부터 펴도 이래 말짱한데~”

자랑이다 이년아!”

주름을 가리려 하얗게 분칠하고 빠알간 립스틱을 바른 옥자의 모습을 위아래로 한참 훑고는 김씨 할머니가 말을 이어간다.

어린기 아저씨들 옆에 붙어가 담배 심부름이나 하고 다닐 때부터 알아봤어 니년은.”

두마디마다 예전엔, 그땐, 소싯적엔 하는 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하모. 옥자 요거는 말도 못 하지. 지숙이 같은 아-들은 시키도 못필끼다.”

못피기는. 지숙이 고거 눈 시뻘겋게 칠하고 다닌 거 생각 안 나나?”

잊힌 골목의 잊힌 이름 지숙. 지숙의 이름이 나오자 김 씨 할머니는 태우던 담배까지 비벼끄고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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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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