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읽고, 함께 쓰기

사랑이 무엇일까?

<우리는 사랑일까 The Romantic Movement>는 런던에 사는 광고 회사 직원 앨리스가 파티에서 만난 남자 에릭과 엮어가는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다. 상대를 환상적인 남자라고 생각하는 낭만적인 만남에서 시작해서, 어쩐지 점점 상대가 낯설게 느껴지고 대화가 통하지 않지만 여전히 사랑한다고 느끼는 기간을 거쳐, 자기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헤어짐을 선택하는 이별에 이르기까지, 알랭 드 보통은 사랑에 대한 남녀의 다른 심리를 꿰뚫어보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 옮긴이 공경희의 옮기고 나서 




솔로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앨리스는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나는 지금의 삶에 만족해' 라는 말을 '강조'한다. 거기서부터 앨리스가 어떤 인물인지, 에릭을 만나면서 펼쳐질 그녀의 연애가 어떻게 흘러갈지 사실 조금은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겪어왔던 삶의 배경이 왜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는가를 저자는 자세히 설명해준다. 

단지, 그 '자세히'가 얼마나 자세히였던지 400페이지쯤 되는 이 책을 다 읽는데 2주는 넘게 걸린 듯 하다. 

주인공인 앨리스와 그녀가 만난 남자 에릭, 그녀의 친구 수지 등 등장 인물 외에도 이 책을 읽으며 알아갈 인물에는 심리학자 프루스트를 시작으로, 플라톤, 아우구스티누스, 플로베르, 헤겔, 데카르트, 루소 등등등등.... 내게 그런 지적 소양이 깊었다면 술술 읽혔을지 모르겠으나 이름만 알음알음 들어본 그들의 명언과 사상, 이론, 작품들이 이 독서의 시간을 매우 괴롭게 만들었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에서는 스스로의 지적 탐구심을 매우 자극해주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들을 다 알아보고 공부하고 탐구 영역을 넓혀가기에는 호기심보다는 두려움이 먼저 엄습한달까... (다음 독서는 '저는 심리학이 처음인데요'로 시작해야 할 수준)

어쨌든 이러한 저자의 엄청난 철학적, 인문학적 소양에 기반한 인물의 설명에 소설 속의 상황에 몰입할 수 있었던건 사실이다. 

앨리스의 답답한 모습에 짜증이 날 때쯤이면 앨리스의 그 행동의 배경에는 어떤 심리가 작용했는지, 어떤 경험이 녹아있는지를 설명해주어서 앨리스를 이해할 수 있었고, 에릭의 이기적이고 배려없음에 화가나려고 하면, 에릭의 배경은 또 어떠한지를알려주면서 에릭을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물론 이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에릭 이 나쁜X의 시키..)


앨리스의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수도 있겠다. 앨리스의 친구인 수지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과 꼭 닮아보일 수도 있고, 에릭이 마치 자신을 대변하는 것 처럼 느낄 수도 있겠다. 

<우리는 사랑일까>에서 느낀 점은, 과연 이들은 사랑이었을까 아니었을까를 탐문하는 과정이었다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각자가) 경험했던 사랑이었던 '것'과 사랑이길 바라는 '것'과 '사랑'이라는 것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를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는 여기. 


'누구와 사귈 때, 사람만 달랑 올 수가 없다-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문화가 따라오고,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관습이 따라온다. 특정한 지역성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함께 온다. 이러한 성향은 민족성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계층과 지역과 집안의 특성이 뒤섞여 구성된다. 본인은 이 무의식적인 요소들의 집합을 정상 상태로 여긴다. 그가 보는 번화가나 우체국 창구의 정상적인 풍경, 정상적인 저녁 뉴스와 세금 환급 신청서 양식, 친구와 인사하고 침구를 펴고 버터 빵을 먹고 집안을 청소하고 가구를 고르고 음식을 주문하고 차 안에 카세트를 배열하고 화장실을 사용하고 여행지를 결정하고 전화를 끊고 토요일 계획을 짜는 정상적인 방식들.'

- <우리는 사랑일까> 中


- 후에 알게된 사실로,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저서가 철학이나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 많았다. 다시 도전하기 어려운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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