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읽고, 함께 쓰기

미완성형 냉정과 미지근한 열정 사이

회색 하늘, 언제라도 비를 흩뿌릴 것 같은 밀라노 하늘 아래의 아오이. 

쾌청한 하늘, 1년 대부분이 온화하고 따뜻한 햇살을 내뿜는 피렌체의 하늘을 올려다보는 쥰세이.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는 아오이의 시선으로 1권(Rosso), 쥰세이의 시선으로 1권(Blu), 총 2권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다. 

이야기는 각각 밀라노와 피렌체에서 생활하고 있는 두사람이 추억 속에 묻혀있던 한 약속을 꺼내면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와 일상의 변화를 그리고 있다. 

추억 속에 묻혀있었다기보다 추억이란 이름으로 외면하고 지내던 약속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까. 

그들은 젊은 시절의 연인이었고 전부였다. 헤어짐 후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지난 약속을 계기로 둘의 '연결'을 상기시키게 된다. - 약속을 계기로 '뭐'라고 써야할지 단어 선택에 상당히 고민이 된다. 깨달았다? 성장했다? 변했다? 다 아닌 듯 하다. 이를 통해 그들이 성숙해졌음을 느끼지도 못했고, 변했다기엔 원래 그들은 그런 사람이라고 느껴졌으니까.-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고 이야기가 말하는 '냉정의 아오이'와 '열정의 쥰세이' 두사람의 위~대한 사랑의 힘과 냉정과 열정 사이의 대~단한 조화 같은 것을 느꼈느냐? -는 개뿔- 

이 책이 두 권을 읽는 내내 내게 얼마나 큰 불편함을 주었는지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 


나는 Rosso를 먼저 읽고 Blu를 읽었는데, 어느 정도 스토리와 캐릭터를 이해한 후에 blu를 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햐면, Rosso를 읽는 동안 아오이의 첫 인상과 중간 인상이 정말 안좋았다면, 끝으로 갈수록의 인상은 그나마 조금 긍정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오이라는 캐릭터를 향한 나의 심경변화가 크게 있었고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의 행동과 선택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다만, Blu를 읽는 동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쥰세이를 향한 불편함을 멈출 수가 없었다. 서툴던 20대,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사람을 상대하는 어른 아이, 심지어 지난 시절의 본인 모습을 현재의 연인에게 겹쳐보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순까지. 제일 최악인건 그런 연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지난 연인과 비교하는 몹쓸 $#%&^#@$%!!!!!! 

나는 이 캐릭터를 20대의 미성숙한 어른으로 봐야 하는 걸까, 인간과 관계에 깊게 고뇌하는 열정적인 자아로 봐야 하는 걸까를 계속 불편하게 안고 가야 했다. 


하지만 이건 지극히 내 '개인적인' 감상일 뿐. 주인공의 성향이 도무지 내가 알아줄 수 없는 캐릭터들이라 그랬을 뿐이지, 스토리를 끌고가는 방법이나 문장의 간결함, 날씨나 감정의 묘사가 담백하고 그 담백함에서 먹먹함이 느껴짐이 좋았다. 

또, 1인칭 시점의 글을 최근에 읽지도 쓰지도 않았던 터라 그런 점은 흥미롭게 읽을만했다. 


악평처럼 느껴지는 독후감이 되어버렸는데 악평을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Rosso를 다 읽어갈 쯤 소설 자체의 문제, 주인공 캐릭터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문제'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 깨달은 것은, 

소설 속 인물도 '인간'이기에 완벽한 선택을 하지 않고, 완벽히 이해받을 수 없음을 아오이를 통해 인정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소설 속 인물에게 완벽한 인간상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았나. 





에쿠니 카오리는 참 좋아하던 작가였는데 언젠가부터 작품이 다 답답하고 몰입이 안되서 읽지 않게 되었다. 

만약 한창 좋아하던 20대에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었다면 감상도 지금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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